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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과 시각/에너지분야

RE-thinking 2050

발틱해의 세찬 바람에도 ‘삼소섬’의 포근한 풍경은 이 일대가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100% 에너지자립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실천되고 있다는 기대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지난 10여년 간 4천여 인구의 작은 섬 덴마크 ‘삼소’는 인류사적 의미를 가졌다고 볼 수 있는 중요한 ‘에너지 전환’의 실험과 감동적인 성취를 이룩했다. 즉 ‘석유’에 예속되고 고립된 삶의 형태를 근본적으로 탈피하고, 지역 자연에너지의 다양한 활용을 통해 모든 에너지를 자립하게 된 서구문명사 최초의 지역이 되었다.

1997년, 덴마크 재생에너지부는 자연에너지의 보급 확대를 위한 아이디어 경연대회에서 삼소섬 주민들이 응모한 ‘10년 에너지자립 프로젝트’를 우수한 계획으로 선정하였다. 이후 10년간 삼소섬에서는 석유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민관 지역공동체 기구인 ‘삼소에너지아카데미’를 설립하고, 자발적이고 민주적인 토론과 참여를 통해 ‘화석연료와의 결별’을 준비하고 실현해 왔다. 풍부한 바람을 활용한 해상과 육상의 풍력으로 얻어지는 전기, 수확 후 밀짚을 이용한 바이오매스 지역난방, 태양열을 이용한 온수와 난방시스템을 중심으로 이제 삼소섬은 에너지 자립의 수준을 넘어 육상으로부터 전기를 공급받던 배전망을 통해 전기를 수출하고 있다. 







모든 에너지시설은 주민들이 출자하여 만든 것으로 전적으로 주민공동의 소유이다. 덴마크 정부는 이를 위해 원하는 주민들에게 장기저리의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지원하였으며, 에너지 시설에서 얻어지는 수익은 원리금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이다. 

작은 섬에서의 큰 혁명은 세계적으로 잔잔하고 깊은 울림을 주면서 ‘삼소’를 유명한 에너지자립 관광명소로 만들고 있다. 인구 5천명이 채 안되는 이곳에 해마다 거의 50만명의 관광객과 학생들이 ‘삼소아카데미 하우스’, 풍력발전시설, 바이오매스 지역난방시설 등을 통해 미래를 보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삼소에서의 감동적 스토리는 인근 에뢰섬, 고틀란드섬으로 확산되었으며, 이제 유럽 100여개 이상의 섬지역, 중소도시에서 이를 모범사례로 연구하고 실천하고 있다(www.islnet.net 참고). 

RE는 Renewable(재생가능한) 즉 태양광 발전,풍력, 파력 등과 같은 무한순환가능한 자연에너지를 총칭한다. 한국에서는 이를 ‘신재생에너지’라는 용어로 정리하였는데 엄밀히 말하면 이는 잘못된 것이다. 유럽에서는 재생에너지의 범주에 포함시키지 않는 폐기물소각에너지나 석탄액화가스 등의 에너지를 포함하여 국제적인 재생에너지 정책과 통계를 왜곡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또 한가지 “RE-thinking 2050”은 유럽의 시민사회가 요구하고 지향하는 에너지 전환 캠페인이다. 즉, 2050에는 에너지의 100%를 재생가능에너지(RE)로 바꾸겠다는 에너지 정책방향을 지칭한다. 유럽은 이미 지난 2009년 “2020 EU에너지 법안”을 통해 오는 2020년까지 최종에너지 소비의 20%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결정하였다. 이러한 정책은 더욱 확대되어 2030년에 40%, 2050년에는 100%로 전환할 것을 의미있게 진행하고 있다. 

유럽 에너지 전환정책의 배경은 크게 세가지로 축약된다. 

우선, 사회경제적 이유로서 석유와 원자력에 종속된 경제가 더 이상 고용을 창출하지 못하고 에너지 수급자체가 불안정할 것이라는 당면한 전망에서이다. 

둘째,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에 전면 대응하는 길은 석유와 원자력에서의 결별과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이라는 인식에서이다. 

셋째,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계는 지역적으로 분산되고 산재한 자연에너지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판단에서이다.

EREC(유럽재생가능에너지협의회)의 보고서는 이러한 쉽고 당연한 배경을 담담히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과 의지에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EU의 에너지 대외의존율은 53% 정도이다. 우리의 경우 에너지 대외의존율 97%에 RE는 0.5%이하에 머무르고 있다. 원자력과 석유 중심 그리고 대형토목사업 위주의 개발을 수정하지 않는 ‘녹색성장’은 일종의 “정치쇼”에 불과하다.

이제 삼소의 항구에는 더 이상 쓰이지 않는 빈 석유탱크가 새로운 손님을 맞이하고 환송하고 있다. 유럽 전체가 삼소섬이 되고자 하고 있으며 석유시대는 세계적으로 종말을 고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의 빠른 변화 속에서 또 다른 ‘고립된 섬’을 자초하고 있다.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